프랑스 사회적경제 조직 공동체 ‘연대의 집’을 찾다.

 

영국 사회적경제의 도시 브리스톨과 프랑스 파리의 사회적경제 조직을 탐방하기 위해 8월 하순 SE임파워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들과 함께 열흘간의 연수 길에 올랐습니다.

영국 일정도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인상이 남는 곳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연대의 집'이었습니다. 몸담고 있는 곳과 관련이 있는 곳이기에 출발 전부터 '연대금융'과 '연대의 집'에 가장 관심이 갔습니다.

파리 외곽 '빵땡시'에 자리한 ‘연대의 집’은 말 그대로 사회적경제 조직이 모여 있는 곳으로 레스토랑(공익협동조합)과 기금지원단체(투자자 협동조합), 퇴직자 자원봉사 단체(창업지원컨설팅), 자활지원단체, 공정무역 협동조합 등 서로 공생, 협력 할 수 있는 단체가 모여 활동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 '연대의 집' 전경>

 

투자자협동조합 시걀(Cigales) 과 갸리그(Garrigue)의 共存

 

'연대의 집' 2층에는 협동조합이나 기업을 투자, 지원하는 투자자 협동조합 '시걀'과 '갸리그'가 있습니다.

시걀(Cigales)은 프랑스어로 '베짱이'를 말합니다. 갸리그(Garrigue)는 날이 아주 더울 때 베짱이가 쉬는 장소를 일컫습니다. 시민투자자모임인 '시걀'이 투자하는 금액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걀'이 힘이 부칠 때 '갸리그'가 이어서 투자금액을 확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크지 않은 사무공간 안에서 일부는 앉아서 일부는 선 채로 투자자협동조합 '갸리그(Garrigue)'와 '시걀(Cigales)'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면서 우리나라 환경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습니다.

 

 

< '베짱이'와 '베짱이의 쉼터'를 일컫는 시걀과 갸리그>

 

시걀은 프랑스 전역에 140개가 있고, 그중 수도권에 25개가 분포되어 있으며 회원은 350명입니다. 시걀에서는 매달 회의를 통해 자금을 지원할 사업을 검토하는데 일반적으로 1,000~2,000유로가 적립되었을 때 투자를 합니다. 한 사람당 적립금은 30~40유로이며, 투자자클럽은 5~20명 정도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클럽은 5년 동안 지속됩니다. 시걀은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사람들간 네트워크가 잘 연결되어 있어서 다양한 자원연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시걀과 갸리그 모두 개인에게는 지원하지 않으며 협동조합이나 기업형태를 갖춘 곳에 지원을 하는데 2,000유로 이상 투자가 필요한 사업은 여러 시걀이 모여서 함께 지원하기도 합니다. 투자금 규모가 더 클 경우에는 추가로 갸리그에서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시걀은 '시걀 헌장'을 기준으로 투자를 하는데 필요는 하지만 개발되어 있지 않은 영역의 신규사업 분야(공정무역, 유기농, 재활용, 카풀 등) 위주로 지원을 하며, 사업대상층도 여성, 장애인, 실업자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한편 갸리그는 상시 직원 2명, 이사나 대표 등 급여를 받지 않는 자원활동가 등 4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4명이 연간 100개 기업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업 조사에 필요한 서류 수집이나 정리를 시걀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시걀(Cigales)과 갸리그(Garrigue)는 형제관계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갸리그의 전체 운용 기금은 400만 유로이며 기업당 10,000~100,000유로, 원화로 1천5백만원에서 1억5천만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원이 아닌 투자이기 때문에 잃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 연간 25,000유로, 원화로 3천7백만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갸리그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그 기업과 위험(운명)을 함께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손실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갸리그 대표와 시걀 실무자와의 만남>

 

프랑스의 투자자협동조합은 개인이 지원 대상인 우리나라와 달리 협동조합이나 기업에만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제도가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민간영역에서 활발하게 투자지원이 된다는 것은 부러운 부분입니다.

우리나라는 영세사업자 지원을 포함해 사회적경제 지원을 정부 공공영역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는데 정부 공공영역은 그 속성상 관료적인 경직성을 벗어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시장과 빈곤층에 밀착해 있고 대상에 대해 더 많은 이해와 경험을 가진 민간영역이 직접 운영하고 공공영역은 법적,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사례에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다양성과 자율성이 확보가 되어 각자의 운영방법을 개발하고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우리사회에 맞는 대상자 중심의 사회적경제 지원제도가 자리 잡길 바랍니다.

 

글/구현정 팀장(미래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