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의 돌’을 함께 굴려갈 우리들

 

시지프스의 돌을 함께 굴려갈 우리들

 

 

78일 태풍 너구리 국내 상륙 소식과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4기 창업팀과 함께 떠나는 23일 워크샵 일정을 몹시 기다려왔지만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기까지 끊임없이 망설였던 이유는 태풍 너구리 때문도 아니요, 일 때문도 아니요, 배에 뚫린 네 개의 구멍 때문이었다. 워크샵을 떠나기 2주 전 안타깝게도 쓸개 제거를 위한 복강경 수술을 받았고, 혹시나 비행기를 타면 안 된다고 할까봐 의사선생님께는 물어보지도 않고 가겠다!’고 결심했다. 제주까지 가는 1시간가량의 시간 동안 혹시나 수술 부위가 터지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을 했으나 무사했다. 게다가 너구리, 너구리 해대던 일기예보와 달리 햇살 뜨거운 제주 땅을 밟고 보니 역시 좋은 일 하겠다고 모인 우리 창업팀들의 순수함이 하늘을 감동시킨 것인가!’라며 감탄을 했다.

 

태풍 예보 속 행운과도 같았던 맑은 날씨를 뒤로 하고 우리가 가장 먼저 간 곳은 제주 사회적기업 경영연구원이었다. 이곳에서 이목구비가 부리부리하신 팀장님의 열정적인 강의로 제주도의 사회적기업 현황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나중 뒤풀이자리에서 알게 됐는데 그 분은 작년 3기 워크샵 때 참참참 게임에서 창업팀 전체를 올킬 시킨 게임의 고수였다. 우리 사회연대은행 팀장님과 알엠님들만큼이나 열심히 제주 사회적기업들을 육성한 결과 2013년까지 총 83개의 사회적기업이 발굴되었다고 한다. 대단하다.

 

 

 

첫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바닷가로 향했다. 언제 태풍이 올지 모르니 맑을 때 바다구경을 하자는 아주 현명한 진행이었다. 올해 들어 처음 보는 바다였는데 수술 상처 때문에 물속에도 못 들어가고 말 그대로 구경만 했다. 이번 워크샵 안내를 맡은 이어도사나여행사의 팀장님이 옷이 젖으면 버스에 못 탄다고 신신당부를 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글리뮤지컬합창단의 모녀님이 앞장서 물놀이 시간 연장을 요청했고, 덕분에 예정됐던 오후 일정을 모두 연기하고 맘껏 제주 바다를 만끽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나는 물에 발도 담그지 못한 채 뙤약볕에 있자니 점점 고통스러워서 잠시 에어컨 빵빵한 커피숍으로 피신해 나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케이디아스페라 팀원인 중남미에서 온 보라양과 보낸 오붓한 시간이었다.

 

 

 

  

둘째 날 태풍 너구리가 제대로 왔다. 제주도에서는 비가 와도 우산이 필요 없다고 한다. 하도 바람이 세서 우산이 버텨내지를 못할 뿐만 아니라 들이치는 비를 온몸으로 맞아야 하니 우산이 무용지물이라는 것. 말로만 들었던 그 제주 비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설립 박물관인 조랑말 박물관옥상은 가시리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360도 시야로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바람에 옷이 날리고, 머리가 산발이 되어도 참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가 한 이야기처럼 바람샤워를 한 듯 개운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날씨가 그랬던 탓에 조랑말체험공원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종 관장님의 강의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5년 전 제주로 내려와 조랑말체험공원을 만든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도 철원에 이렇게 잘 만들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울컥도 했다가 머릿속이 복잡도 해졌다가 만감이 교차했다. 철원에서 새터민들과 함께 주말농장을 하겠다는 처음의 계획이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지금은 새터민들과 함께 하는 통일캠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철원 땅에 들어가서 그곳 주민들과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까? 여전히 고민은 많다. 하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 것은 사실이다. 아자아자!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원래 계획됐던 사회적기업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실내 프로그램으로 교체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아쉬웠다. 이런 마음이 전달이 됐는지 제주 사회적기업 대표님들의 도움으로 방문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게 됐다. 추첨으로 6조를 나눠 각자 할당된 사회적기업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6조를 배정받은 나는 첫날 바닷가에서부터 인연이 있었던 케이디아스페라의 보라양과 정장희 대표 그리고 강사테라피스트협동조합의 김경희 대표님과 함께 움직였다.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영농조합법인 생드르라는 곳으로 갔다. 사실 방문해서 인터뷰했던 시간보다도 비바람을 뚫고 이동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악천후 속에서도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했던 조원들에게 동지의식 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도 다른 조들도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4기 창업팀은 능력자들만 모인 것인지 다들 짧은 시간 안에 굉장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1, 2등을 떠나서 태풍 속에서 진행된 이 프로그램 덕분에 더 돈독해지고 친해질 수 있었다. 뒤풀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고군분투했던 팀원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여담을 나누는 것을 보니 참 재미있고 신기했다. 이원태 팀장님이 이야기한 이번 워크샵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었나. 곁에 있는 사람들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워크샵 진행을 도와준 3기 창업선배님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물놀이에서 투 따봉, 원 삐끗으로 그만 목을 다쳐서 내내 파스를 붙이고 다닌 씨네에그 대표님의 안타까운 사연도 술자리에서는 웃음을 자아냈고, 언제나 진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트버스킹 대표님과 엶엔터테인먼트 대표님과도 다음에 만나게 되면 더 반가울 것 같다. 1년 전 나와 같은 입장으로 제주 워크샵에 와서 하나, 둘 사업을 만들어가고 인큐베이팅 과정이 끝나고 나서는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 알콩달콩(?) 지내는 선배들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아직은 내년 우리 4기의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지만 멋지게 성장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제주 일정 마지막 날에 방문했던 평화의마을 이귀경 대표님이 사회적기업을 하는 일이 시지프스의 돌같다고 말씀하셨다. 산꼭대기로 올려놓으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다시 힘들게 그 돌을 산꼭대기로 올려놓고, 그러면 또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그 길을 우리가 가고 있는 거구나.’ 이 험난한 길에 동참한 우리 4기 대표님들과 팀원분들에게 늘 행운이 따르길 빈다.

 

우리들의 성장이야기 정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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